산에서 장사를 하고왔다 (2016년 글 복구)
3년 전에 산에서 장사를 하고와서 썼던 글.
왜 장사를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술 먹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를 하나 정도는 건졌었던 것 같다.
이 글을 보면서 크게 느껴지는 점이 있는데, 언제나 내가 쓰거나 생각했던 것들은 '~해야겠다'라는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지녀왔다. 경험이 차고 생각이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이제는 내 주관적인 관점으로 '~이다'라는 내 생각과 관점의 표출을 자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나'라는 사람은 계획과는 다르게 커가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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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장사를 하고 왔다. 몇일 전부터 뭘 팔지 어떻게 팔지를 정했고, 얼음물, 맥주, 막걸리, 음료수, 초콜릿을 팔기로 하였다. 아이스박스에 그 무거운 것들을 가득 채운 채 산을 올라갔다. 아이스 박수를 메고 갈 수는 없어 둘이서 들고 갔는데, 글을 쓰는 시점까지 승모근이 매우 땡긴다.
어렵게 산을 올라오니 11시였다. 산 정상 밑 분지에서 아이스박스를 열고 화이트보드에 가격을 적었다. 그리고 수월하게 장사를 시작하면 될 줄 알았다. 기존의 장사하던 아저씨가 오기 전까지.
팔 준비를 하고있는데 아저씨가 쌍욕을 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디서 불법행위냐, 우리도 벌금내면서 하는건데 너네는 뭔데 여기서 장사를 하냐, 빨간줄 그이고싶냐" 라는 말을 하며 우리를 협박하는데, 몹시 기분이 나빴다. 같은 불법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생계를 여기서 해결하는데 우리가 뭔데 생계를 건드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 같은 경험을 위해 온 사람들때문에 생계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으니, 쫓아내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표현방식이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쌍욕을 하고 폭행을 하려는 신호까지 보였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화라는 수단이 있을텐데, 그는 왜 그랬을까. 만약 조금이라도 좋게 이야기했다면 나와 친구도 좋게 이야기하면서 갖고온 것들만 팔고 내려오겠다고 하고 더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사람이 어떤 인상을 남겨주냐에 따라 넘기는 리액션이 천차만별이란 걸 느꼈다. '말'의 중요성!
우여곡절 끝에 계단 끝 쪽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얼음물, 맥주, 막걸리, 음료수, 초콜릿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골고루 팔렸다. 대강 고객들을 봤을 때 갈증이라는 니즈로 산 사람은 85%, 나머지 15%는 학생효과.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등산객분들이 사주셨으며, 고생한다고 김밥과 차도 건네주셨다. 따뜻한 차 한잔과 따뜻한 인심에 이전에 겪었던 불편함이 사르륵 가셨다.
힘들게 장사를 하며 3가지를 느꼈다.
1번 텃세. 어딜가나 텃세는 존재한다. 선수치는 놈이 이긴다는게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생계랑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지키기 위해, 새로 치고 들어오는 사람은 얻기 위해. 매우 치열하다.
그런데 텃세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합법적인 방법으로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현재는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불법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법의 테두리는 어디까지 적용되어야 하며, 텃세와 같ㅇ은 불평등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궁금궁금하다
2번 등산객들의 따뜻함. 아직까진 한국은 어둡지 않다. SNS에서 단순히 요약된 사건들만 보고 '개한민국','헬조선'등으로 자신이 사는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들만 있어서는 미래는 없다. 정확히 사건의 단면을 봐야하며 생각없이 부정만 해서는 안된다. 사회가 변하려면 사회의 일원들인 우리부터 생각을 바꿔야한다. 성급히 일반화를 하지말고 상황을 궤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
3번 재정부족. 둘이서 6만원을 벌었다. 산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구하기 힘든 특정한 '물건'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높고 공급이 적어 가격이 비싸다. 우리한테도 비싸야만 했다. 얼음물 1500원 주류 2000원으로 기존의 술집보다도 싼편이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이 돈을 벌려고 왔다기보단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왔기에 가격대를 낮게 잡긴 했다. 앞으로 장사를 하거나 마켓팅을 한다면, 고객들의 니즈와 주변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야 될 것이다.
말로는 하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해서 너무 좋았다.